제 목 : 오아시스
감 독 : 이창동
출연배우 : 설경구(홍종두 역), 문소리(한공주 역) 외
개봉일 : 2002. 08.15
러닝타임 : 132분
평점 : 9.0점(다음 기준)
종두와 공주의 만남
홍종두는(설경구 배우) 교통사고 뺑소니로 교도소에 있다가 막 출소한 백수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가족들을 찾아가지만 그 집에는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다. 빈털터리인 종두는 식당에서 무전취식을 하게 되고 경찰서에 끌려가서야 겨우 가족들과 연락이 닿는다. 동생을 만나 집을 찾아가지만 반겨주는 이는 없었다. 반기기는커녕 대놓고 불편한 기색이지만 종두는 그런 상황이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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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종두는 본인이 저지른 뺑소니 사고 피해자의 집을 찾는다. 당연히 환영받지 못하고 쫓겨난 그 집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종두가 저지른 뺑소니 사고 피해자의 딸인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한공주(문소리 배우)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사를 준비중이었는데 공주만 두고 이사를 가버린다. 종두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내내 마음에 걸렸던 종두는 며칠 뒤 꽃다발을 사들고 공주의 집에 다시 찾아간다. 이때 종두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잘못된 남자의 본능이었는지, 불편한 몸으로 혼자 남겨진 공주에 대한 인간적인 동정인지 알 수 없다.
갑자기 찾아 온 낯선 남자 덕에 잔뜩 겁에 질린 공주에게 종두는 느닷없이 사귀어 보자고 고백을 하며 자신의 연락처를 남긴다. 그러다가 공주를 보면서 야릇한 충동을 느낀 종두가 몹쓸 짓을 하려 하자 공주가 격렬히 저항하다 못 견디고 기절을 한다. 당황한 종두는 욕실에서 찬물을 끼얹어 정신이 들게 만들고 그대로 도망친다.
이 장면은 영화 개봉 후에 많은 논란을 일으킨다.
어느 날 공주는 영문도 모르고 오빠의 집에 가게된다. 오빠 부부는 공주를 이용해 장애인용 아파트에 입주하고 조사원이 방문할 때만 공주를 데려다가 같이 사는 척하는 것이다.
조사원의 조사가 끝나자 공주의 오빠는 한밤중에 공주를 다시 낡은 아파트에 혼자 버려두고 떠나버린다.
서운함과 쓸쓸함을 느낀 공주는 언젠가 종두가 남기고 간 명함으로 전화를 건다. 늦은 밤 전화를 받은 종두는 아무 말 못하고 버벅거리는 공주임을 알아차리고 곧장 그녀의 집으로 향합니다.
공주는 종두에게 묻는다. "왜 나한테 꽃을 갖다 줬어요?". 그러자 종두는 쑥스러워하며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와 함께 두 사람의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연애가 시작된다.
지하철을 타고 밖으로 나가보기도 하고, 실패했지만 식당도 가보고, 사람들의 무시와 편견속에 힘겹게 그렇지만 상상 속에서는 누구보다도 평범하고, 행복한 데이트를 해 나간다.
철저히 외면 당하는 종두와 공주
어느 날 종두는 어머니의 생일잔치에 공주를 데리고 나타나지만 가족들이 반겨줄 리가 없다. 친구라고 소개하지만 공주가 뺑소니 사고 피해자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된 종두의 형은 본인 대신 죄를 뒤집고 쓰고 형을 살다온 종두가 공주와 함께 복수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몰아붙인다.
가족들에게 쫓겨나다시피 한 종두는 공주를 집에 데려다 주기위해 도착한 지하철역으로 간다.
그리고 이 영화의 명장면이 이어진다.
가족들 때문에 상처받아 풀이 죽은 종두를 공주는 노래로 위로합니다. 비장애인 었다면 손도 잡아주고, 안아주고, 눈을 맞추고 노래를 불러주며 연인인 종두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평범한 여인이었을 상상 속 공주의 모습이 너무 예쁘고 슬펐다.
그날 밤 종두와 공주는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하필이면 공주의 오빠 부부가 집으로 들이닥쳐 종두는 다시 경찰서로 가게 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서에 모인 종두와 공주 가족들의 대화는 두 사람에 대한 어떠한 존중도 이해도 없이 그들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얼마나 소외받아 왔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사건을 이용해서 종두의 가족은 가족들로부터 그를 분리시키려 하고, 공주의 가족은 그녀를 이용해 한 몫을 챙기려 한다.
종두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주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종두와 공주는 사랑할 수 있을까
경찰서에 있던 종두는 도망쳐 나와 공주가 내내 무서워하던 공주 방 안으로 드리워지던 나뭇가지 그림자를 없애주기 위해 나무를 잘라낸다. 그리고는 곧 다시 잡혀서 교도소로 가게 된다.
교도소에서 종두와 공주가 서로 주고받은 편지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전과자에 무능력한 종두와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공주의 사랑은 세상으로부터 용인될 수 있는 것일까?
몸이 불편할 뿐 감정도, 생각도, 정신도 온전한 공주와 전과자이고 조금 무능력한 종두에게 사람들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가족들조차도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도 하지 않는다.
가족들에게 외면받고 무시당하는 종두와 가족들에게 이용당하고 방치되는 공주는 그래서 서로 알아 본 것이 아닐까?
사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을 성적으로 유린하려 했던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내용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받아들이기 매우 불편한 내용이다. 연기하는 배우들조차도 반대하며 감독과 싸우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이창동 감독의 의도된 불편함이라고 한다. 사랑할 사람이라고는 자신을 강간하려 했던 남자밖에 없는, 철저하게 타자화 된 삶을 사는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런 감독의 의도를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나서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족들 조차도 인정해주지 않고 철저히 외면당하는 삶을 살던 사회적 소외자인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는 서로에게 어쩌면 호감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종두와 공주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이었고, 누구보다 사랑받았으며, 또한 사랑했다..
나는 여기서 말하는 오아시스가 종두의 꿈속에서처럼 그들만이 오아시스가 아닌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무든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오아시스였으면 좋겠다.
두 배우의 미친 연기력
종두를 연기한 설경구 배우와 공주를 연기한 문소리 배우의 연기는 좀 충격적이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리얼하게 연기를 할 수도 있구나 했던 연기력이었습니다. 실제로 문소리 배우는 해외 영화제 참가했을 때 장애인이 아니라서 관계자들이 모두 놀랐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였다. 둘 다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배우들인데 2002년 개봉 이후부터 지금까지 무조건 믿는 배우들이 되었다.
두 배우의 충격적인 연기력 감상해 보시려면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에서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저도 간만에 다시 한번 감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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